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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2. 18:23 애니이야기

작년에 SHIROBAKO가 방송되면서 많은 분들이 애니업계가 어떻다, 하는 것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셨을텐데..


사실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 현실과는 틀려도 많이 틀립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중 그나마 제가 많이 알고 있는 '성우 캐스팅'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글을 살짝 써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모 위키에 SHIROBAKO 14화의 성우 캐스팅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어 있어서 해당 애니메이션을 저도 보았는데, 그 부분은 확실히 과장도 존재하고 과장이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성우 캐스팅 방법은 몇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방법은 '오디션'이죠.


어떤분들은 경력이 많은 베테랑은 오디션을 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이가 60, 70되는 성우도 오디션 보러다닙니다.


물론 경력이 쌓이면 그만큼 오디션을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오디션을 통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오디션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성우들의 잠재력을 볼 수 있고, 거기서 판단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베테랑이더라도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성우'는 작품을 망칩니다. 성우 띄워주려고 애니메이션 만드는게 아니잖아요? 오디션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죠.


일본은 아니지만, 헐리우드의 경우도 연기경력이 높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많이 봅니다.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의외라면 의외인데, 예술에 아무리 상업성을 들이부워도 그 문턱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디션을 보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 공지를 내걸고 공개적으로 성우를 모집합니다. 그런데 어느곳에서는 '공개적'이지만 어느곳에서는 '半공개(또는 半비공개)'같은 전형으로 모으죠.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그냥 대놓고 '이번에 작품 만드는데 성우 구합니다'가 아니라, 여러 성우 프로덕션에 '성우를 구하는데 당신들이 오디션에 내보낼 성우를 선별해서 보내라'라는 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 업계에서 대부분 이런식으로 성우를 구하죠.


그렇기 때문에 성우프로덕션에 소속이 되어있지 않고, 경력이 낮거나 지명도가 낮은 성우는 애초에 일거리 자체가 한정되게 됩니다. 일이 있다는 소식도 못 듣는 일도 빈번하죠. 반면, 특정 성우 프로덕션에서 특정성우의 푸시 의혹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죠. 애초에 일이 있는데도 해당 작품의 오디션에도 내보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폐단이 있는데도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이유는, 오디션에 소요되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좀 더 실력있는 성우를 안정적으로 선별해 낼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오디션에서 엑스트라의 수급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 부분이 쉽다는 것입니다. 엑스트라는 매번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각 성우프로덕션에 분배를 해서 쓰는데, 작품에 참여하는 성우들의 성우프로덕션에서 많이 수급합니다.





앞에서 성우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는데도 일이 안 잡히는, 심한 경우는 오디션마저 잡히지 않는 경우도 가끔씩 있는데요. 이러한 성우들이 대부분 프리로 나가는 편입니다. 그럼 이 성우들은 어떻게 되나??


일단 프리로 나가면 주류 성우로 돌아오기는 매우매우매우 힘들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가장 흔한 루트는 역시 성우 자체를 그만두는 경우고요. 게임, 특히 에로게 성우로 나가거나 에로 애니메이션 성우로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에로게, 야애니 성우는 결코 대우가 좋지 못하고요. 그것도 몇몇 에로게, 야애니 성우를 제외하면 정말 성우 취급을 떠나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경우도 가끔 존재합니다. 여기서도 또 성우를 그만두는 경우도 존재하지요.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상상과는 별개로, 일하는 분들중에는 자괴감을 느끼는 분의 비율이 의외로 상당하다는 것.. 그정도만 알아주세요.


정말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드문 루트로.. 에로게, 야애니 성우를 하다가, 다시 주류급 성우로 올라오는 경우도 볼 수 있긴 합니다. 거의 용궁에 갔던 우라시마 타로가 수십년 뒤에 올라오는 격이랄까.. 당연히 물에 빠져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대표적인 예로는 고토 유코씨가 있죠.






다시 본내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오디션 공지가 내걸리면 희망하는 역에 따라 연습대본을 배부해주고,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정보들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캐릭터 분석을 위해서는 원작을 꼭 읽어보는 것도 필요하겠죠.


그렇게 희망하는 역에 따라 오디션을 하고 결과를 받는데, 오디션 도중 스태프의 오더에 따라 추가적인 연기도 하고 본인이 연습해 온 배역과는 다른 배역의 연기를 그자리에서 요구받는 경우도 가끔씩 있습니다.


보통은 희망하는 역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고 어디까지나 배역을 정하는 것은 스태프이기 때문에 성우 본인이 생각하는 역활과는 다른 역활을 맡을때도 많아요.





그러면 SHIROBAKO를 보신 분들이 궁금해하실.. 과연 성우를 결정하는데 '연기만 잘하면 모든 것이 OK'인가? 라는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계실겁니다.


결론만을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죠.


애니메이션을 보면 뭐 '지명도가 높아야한다', '노래를 불러야 한다', '가슴이 커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지명도, 가슴은 전혀 아니고요.. 노래의 경우는 작품에 따라서는 필요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러브라이브 등이죠.


마크로스의 경우는 좀 그 당시엔 특별케이스인데.. 최근엔 작품의 성향이 성우의 노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요즘 성우들은 어느정도 가수로서의 보컬 트레이닝도 기본적으로 받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어떤 작품엔 '특정 성우는 이벤트에 꼭 참여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내거는 작품도 존재합니다. SHIROBAKO에서 언급되는 내용이 어느정도는 사실기반이라는 것이 이러한 부분 때문이죠. 이러한 조건은 엑스트라와는 당연히 관계가 없고요. 주조연급의 레귤러 출연자에 한정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조건들때문에 연기가 뛰어난 성우가 아닌, 다른 성우가 채택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성우를 결정하는 권한은 스태프 중 누가 가지고 있는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해드리자면..


가장 큰 권한은 감독과 음향감독. 둘 중에서도 음향감독이 가장 큰 발언권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이유는 음향감독이 대부분 연극계나 성우계출신인 경우가 많아서 연기에도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감독, 음향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스태프들은 딱히 연기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죠. SHIROBAKO처럼 프로듀서가 함부로 지껄이는 것도 말도 되지 않고, 원작자도 적당히 의견개진만 할 뿐 큰 간섭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작품은 망하기 딱 좋은거죠.


참고로 음향감독이 꼭 연극, 성우계 출신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가끔 음악관련에서 일하시던 분들도 있어요. 음향감독은 특성상 업계에도 머릿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 하던 사람이 쭉 해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신참은 흔치 않고 베테랑이 대다수입니다.




-틈나는 대로 2편을 끄적여 올리겠습니다. 1편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한도내에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posted by 별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