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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6. 14:17 이런저런 이슈

길어져서 줄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글이 이렇게나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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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 중 한 지류가 묵가입니다. 그 묵가의 시조가 묵자고요.


춘추전국시대는 삼국지를 아시는 분들이 알아듣기 위해 설명하자면 삼국지의 세나라로 갈라지기 전의 국가가 한(漢)이고요. 그 한이 세워진 전쟁이 초한지의 초한전쟁입니다. 유명한 항우와 유방의 초한쟁패기죠. 삼국지의 삼국시대가 마무리 되는데에는 거의 100여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초한전쟁은 10년도 안되는 시간만에 마무리 되었죠. 물론 그 이전의 진나라의 분열기간이 좀 있었습니다만.


초한전쟁은 중국의 실질적인 첫 통일왕조인 진(秦)이 내부에서 분열하고 무너지면서 분열된 나라들이 초와 한이라는 큰 두덩이로 합쳐지면서 유방과 항우가 천하의 패권을 다투는 전쟁입니다.


그 이전의 진(秦)은 그 유명한 진시황이 이룩한 실질적인 통일왕조입니다. 실질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면 진나라 이전에도 은, 주 등의 왕조가 있긴 했지만 중국 본토 전역을 제대로 다스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중국으로 따지면 마카오나 홍콩같은 곳이 이때는 야만족으로 득실대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한참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만. 만약 중국을 한민족에 비교하자면 압록강 이남 지역을 지배하지도 못하던 고려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바로 저 진(秦)의 이전이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상(商)을 뒤엎은 주(周)가 패권을 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방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제후국들이 분열하여 서로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서 싸우던 시대인데 이때를 쉽게 설명하면 정말 '개판 오분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의 시대였습니다. 게다가 춘추전국시대의 초기엔 그래도 병력끼리 싸워서 상대를 어느정도 억누르면 항복 or 지배 같은 느낌이었다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총력전의 개념이 도입되어서 정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피도 눈물도 없이 상대국가의 국민마저 쓸어버려야 승리하는 시대가 도래합니다.


이런 개판이 몇백년이나 중국 전역에서 계속 벌어지니 그야말로 천하의 혼란이 삼국시대의 황건적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강호에서 시체가 없는 곳이 없었죠. 그리고 상(商)과 주(周)의 시대는 쉽게 말하면 '고대국가'의 시기라서 고구려와는 상이 1600년, 주가 1000년 전쯤의 시기였습니다. 이때는 아직 윤리의 개념도 없던 시기인데다가 토테미즘이라든가 원시적인 형태의 종교가 지배를 하던 시기이고 인신공양마저 흔히 벌어지던 시대입니다.


주(周)의 지배력이 무너진 후 진(秦)이 천하를 통일 할 때까지 약 500여년동안 중국 전역의 혼란이 지속되는데, 이때 이 혼란을 타계하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등장하게 된 지식인층이 제자백가입니다. 묵가는 그 중 하나의 줄기죠. 초한전쟁이 약 10년전후, 삼국전쟁이 100년전후인 것에 비해서 춘추전국시대가 약 500여년을 피비린내 나는 혼란의 시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사상사들이 나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묵가는 수많은 제자백가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하고 딱히 제자백가를 따지지 않더라도 동서양의 철학, 사상 등을 따져도 특이 중의 특이 케이스입니다. 제가 보는 묵가의 가장 큰 특징은 초월성입니다. 묵자와 그를 따른 이들은 초월적인 사상과 행동력을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제자백가들은 난세를 극복하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어떠한 세(勢)에 편입해서 그 세를 자신들의 생각대로 움직이게 함을 통해서 난세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묵가는 특이하게도 그 세(勢) 자체를 부정하고 민중속에 섞이는 행보를 취합니다. 게다가 욕심을 버리라는, 어찌보면 인간의 본능을 버리고 인간을 초월하라는 가르침을 설파하죠. 천하를 제패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그래서는 안된다'라고 말합니다.


묵가의 이러한 가르침은 어찌보면 예수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예수보다 더 초월적인 발상을 합니다. 남을 사랑하라는 것보다 나의 욕심을 버리라는 것과 나 자신에게도 엄격해지라는 가르침을 하는데, 어찌보면 남을 돕는 것을 통하여 얻는 자신 마음속의 도덕적인 우월함마저도 버리라는 그런 가르침을 내뱉죠. 이러한 묵가에 대해서 그 당시의 다른 제자백가들도 '너무 현실성이 없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라는 혹평을 내놓았는데, 정작 이들은 그것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어찌보면 무서울 정도의 모습을 통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다만 당연스레 따라오는 문제는 이들을 추종할 정도로 자신을 초월 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묵가의 가르침을 존중하기는 하면서도 너무나도 실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죠. 경외심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지지를 얻기는 힘든 그런 가르침이었습니다.






posted by 별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