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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7. 17:16 자작소설
 요즘엔 경기불안이라는 말이 많다. 말 그대로 경제기조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자연스레 기업은 이익이 줄어들고, 현실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이익의 최대수치는 정해져있는 법이니 지출을 최소화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결국 자연스레 취업자리는 줄어드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사람사는것이 다 쪽같으니, 들어오는 것이 줄어들면 나가는 것을 줄이려는 것은 다름이 없다. 그래서 경기불안은 또다른 경기불안을 불러온다. 위축에 위축이 계속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말이 있지만, 이럴때는 그런 말은 무책임한자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교를 졸업하기전까지 부모님의 영향권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았고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후회를 요즘들어 많이 한다. 사춘기니 2차성징이니 하는 말은 순 거짓말 같단 말이지. 그런거 있잖아. 다들 잘하고 다들 그냥 사람같은 마치 나만 이 사회에서 붕 떠있는 듯한 느낌. 요즘 뉴스를 보면 가정불안이니 사회적 소외계층이니 하는데 내입장에서는 내가 그 '소외계층'같다. 뭐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고 교를 졸업하고 난 후 세상에 대해 나란 인간이 얼마나 몰지각했는지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취업활동을 시작하고 부터다. 항상 부모님이 하란대로만 해왔고 그것에 일말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기에 정해진 길만을 따라가면 끝이, 안보이는 허허벌판에 존재하는 오직 하나의 도로를 따라가는.. 그런 인생이라고 생각해왔다.

 학생들은 대략 두 부류다.[이어짐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받음. 차후수정]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하거나 빨리 나가고 싶어하는 쪽. 나는 굳이 따지자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했다. 역시 취업을 하려면 대학교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도감을 느껴왔던 거겠지. 그래서 그 울타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손에 길들여져 주인의 집과 주인의 영향권 안에서만 행동하는 개처럼 말이다. 양의 경우는 가끔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울타리를 뛰어넘으려고 하니 이럴때는 옳지 않은 예가 되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르고 하루는 시작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야말로 종말이니 아직까지는 태양계가 가져다주는 평화를 만끽해야 하지 않을까. 오전 6시 30분을 알리는 알람이 시끄럽게 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손을 뻗어 전화를 잡아 알람을 끄고 5초동안 심각한 고민을 해본다. 일어나야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서 인상을 구기며 시작하는 하루다.

"...아..아아.."

 이리저리 흐트러진 머리카락. 부스스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켜 TV 리모콘을 들어 TV를 켜고 다시 엎드린다. 정말 아침은 죽을 것 같다. 매일 이런 기분을 맛보는 건 인간에겐 해악이라고 생각된다.
 TV아래의 서랍장을 열어 수건을 하나 꺼낸 후 업드려서 욕실까지 엉금엉금 기어간다. '일어나서 두발로 걸으려고 그 전에 죽어버릴 것 같아'라는 느낌이다. 그저 귀찮고 게으를 뿐이지만 나름 이것도 생명의 위협이라며 자기암시를 걸어본다.

 엉금엉금 기어가서 결국 욕실 문 앞에 도착. 엎드려서 샤워를 할 수는 없기에 결국 일어나 가져온 수건을 걸어놓고 샤워기를 틀어 몸을 가져다댄다. 따뜻한 물살이 몸을 데워주며 잠을 깨워준다.

"아... 드디어 살 것 같다."

 그럼 그 전엔 죽어있었다는 말인가




 아르바이트 교대는 8시 30분. 전 근무자는 9시에 퇴근하며 30분동안 이전 근무자와의 인수인계를 한다. 이곳에서 그곳까지는 버스로 30분거리. 샤워를 하고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하고 식사를 마치면 약 1시간. 합쳐서 1시간 30분으로 교대시간과는 30분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세상만사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여유시간정도로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고교 졸업 후 첫번째 취직을 나름 성공적으로 했다. 아니 했었다. 좋은 직장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나이대에 들어가는 회사치고는 소규모기업이라 많은 월급을 받지 못했기에 액수로만 따진다면 좋은 직장수준은 약간 미달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새로이 살아가야 할 환경에 돈의 많고 적음보다는 그저 이 사회의 시스템상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사이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원했다.
 단지 문제였다면 그쪽의 입장에서는 내가 수준미달이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거의, 아니 전혀 관계없는 회사의 일에 쉽사리 적응을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기존의 구성원들과 나와의 관계는 불편해져갔다. 결국 나는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런거 보면 내가 유리멘탈인거 같기도 하고.. 뭐 내가 못한거지만.


 첫 회사생활의 기억은 사실 나에게는 끔찍했다고 표현 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트러블메이커는 아니었는데, 회사생활에서 이것저것 다투고 욕먹다보니 이건 마치 처음 링에 올라간 복서가 잭 뎀프시에게 뎀프시롤로 경기시작 5초만에 다운되는 듯한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그런 패닉상태에서 부모님과 상의도 하지 않고 퇴사결정을 내렸고, 퇴사하고 그것을 알게 된 부모님은 당연히 성이 나서 길길이 날뛰었다. 20살이 될때까지 순종만 하면서 살던 나에게 그것은 처음으로 부모님과 말다툼을 하는 불씨가 되었다. 처음으로 맞이한 세상의 두려움을 토로했지만 부모님과 나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달았고, 집을 떠나 홀로 지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다니지 않은 회사에서 받은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가지고 집을 나와 첫번째로 할일은 잠 잘 곳을 찾는 일이었다. 누구와도 절친하다고 할 정도의 교우관계는 가지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연락하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그런 나에게 갑작스레 잠자리를 마련해줄 친구도 없었기에 방을 구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선택지는 대략 세가지. 고시원, 원룸, 여관이었다.

 그 중 가장 환경이 좋은 것은 원룸이었다. 부모님과 다투고 난 이후로 되도록이면 사람을 멀리하게 된 나에게는 독립적인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구와 크게 다툴 일도 없고 쉽게 마주 칠 일도 없는 곳 말이다. 하지만 원룸은 결정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저런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무언가에는 '기본'과 함께 '부수'적인 것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도 좀 부담이 되었다.
 두번째는 고시원. 고시원이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느니 하기도 하지만, 알아보러 이곳저곳 발을 옮기다보니 원룸만큼 환경이 좋은 고시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고시원은 아무리 여러사람이 하나의 공유된 공간안에 존재하니 그것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패스.
 마지막으로 여관을 알아보았다. 사실 세개 중 가장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것은 여관이었다. 이전의 나는 여관에 대해서 마치 러브호텔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많이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브호텔과 일반 여관과는 차이가 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매번 방이 꽉 들어차있는 것도 아니기에 사람과 마주 할 일도 적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방값대신 하루에 두시간씩 객실 청소를 도와주면 무료로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매일은 아니고 숙박자가 없을때는 하지 않아도 되니 큰 부담은 되지 않았기에 결국에는 여관에 묵게 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딱히 거창한 러브호텔이 아니더라도 여관에서도 그렇고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새벽에 잠을 자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깨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앞으로도 있겠지. 처음에는 정말 너무 놀랬기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설명을 듣고 난 후 납득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방으로 돌아가 잠을 다시 청했다. 요즘엔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자다가 소리가 들려오면 잠이 깻다가 다시 잠이 든다. 뭐 그 사람들도 밤새도록 하는 건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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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