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개인적인 성향같지만 저는 왠만해서는 성우에게서 연기력 논란, 연기력의 상하구분은 안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뭐 굳이
하겠다면 팔 걷어붙히고 말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력이라는 것은 수치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고 개인에 따라서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미숙하다'라고 느끼지만 누구는 '괜찮은데?'라고 느낄 수도 있는것이죠.
제가 요 몇년동안 애니메이션 보면서 연기력 논란을 들었던 성우를 몇명 기억해내자면 하나자와 카나, 오미가와 치아키, 노나카 아이 정도가 기억나네요.
연기력 논란이 아니라 아주 대차게 깟던 시희는 뭐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기분이고..[...]
하
나자와 카나의 경우엔 제가페인에서 상당히 욕 많이 먹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작품 자체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당시의 하나자와 카나에게는 어찌보면 행운일지도 모를 일이죠. 하나자와 카나의 연기력은 제가 보기엔
제가페인(하)->칸나기(중)->세키레이(중상)->내일의 요이치(상) 정도로 변했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페인은 제가 2006년 당시에 방영할때 봤습니다만, 그당시에는 '이질적이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른 성우들의 연기에 섞이지
못하고, 물위에 떠있는 기름방울처럼 좋지 못한 느낌을 냈죠. 그리고 제가 약 1년 반정도가 지나서 다시 봤는데, 그때는 오히려
이질적이라는 느낌보다는 '독특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칸나기 볼때도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지금의 하나자와 카나에 대해 가끔 너무 뻔한 느낌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전 지금 연기력이 한창 물이 올랐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
것과는 좀 다른 케이스의 오미가와 치아키는 첫 작품인 소울이터부터 대차게 까였지요. 소울이터가 워낙 스케일이 큰[4쿨 장편]
작품이기도 했지만,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성우들이 너무 많다보니 [대표적으로 코야마 리키야] 많이 까인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오미가와 치아키를 가드 치는 것도 아니구요. 앞서 말했던 제가페인의 경우와 비교해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기
때문에 까일만 했다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하나자와 카나와는 다르게 오미가와 치아키의 경우 그 이후의 연기가 딱히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소울이터 이후로 나름 인기있는 작품의 눈에 띄는 레귤러를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까이고 있죠.
오
미가와 치아키의 경우 목소리톤은 보통 두가지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본인말로는) 변형을 주었다고 하는 마카 알반 역 같은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하나는 (본인말로는) 자기목소리라고 하는 히다마리 스케치 x ☆☆☆의 나즈나식이죠.
물론 목소리의 다양성만이 성우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역활에 따라서 목소리의 변화를 당연히 줘야하는 만큼 어느정도의 변화는 필요한데 여태까지 레귤러를 해오면서 딱 저 두가지라는 건 저기서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거죠.
오
미가와 치아키의 경우 프로필을 보면 성우를 하기 이전에 (연극)무대경험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대출신 성우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목소리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성우도 존재합니다만, 대부분 '자기만의 스타일'이 그 목소리에
담겨있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박 로미씨나 앞에 언급했던 코야마 리키야씨의 경우죠. 목소리에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독특한
느낌을 전달시키는 매력이 담겨있는 분들입니다. 아마도 오미가와 치아키도 그런 식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조금 추측해보는 편이예요.
뭐,
그런식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물론 가드 쳐 줄 레벨은 아닙니다만.. 쭉 출연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저런 느낌을 받습니다. 무조건
정형화 된 이미지보다는 '느낌'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고요. 보는 사람이 맘에 안 든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선택하는
감독이나 음향감독에게는 나름의 이미지가 있었겠죠.
마지막으로 노나카 아이씨 인데, 이분은
이미 쪼렙은 넘어섰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데서 거론하는게 좀 딱하기도 하지만, '목소리의 다양성과 연기력의 관계'를 따져 볼
경우 한번쯤 거론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 목소리도 앞에서 말한 오미가와 치아키처럼
딱히 많은 변화를 주는 타입은 아니예요. 그렇다고 오미가와 치아키정도의 정확히 딱 가르는 두가지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많은 변화가
아닌 약간의 톤의 변화정도로 끝나는 타입이라고 봅니다.
그럼 노나카 아이가 뭐가 신기하냐? 라고 한다면 이분이 거쳐온 역활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죠.
일단 파니포니대쉬의 이치죠씨인데, 캐릭터 전체에서 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가끔 이치죠씨 생각날때마다 다시 되새겨봐도 '저런 목소리의 성우가 저런 캐릭터를 연기했다'라고는 믿기 힘든 느낌이 많이 나요.
전형적인 노나카 아이삘의 캐릭터인 이부키 후코라든지 모리시타 코요미를 그대로 대입해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그
리고 최근에 나온 사쿠라 쿄코의 경우 노나카 아이가 저런 보이쉬한 캐릭터가 어울릴 꺼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평소의 노나카 아이씨에 대한 정형화된 모습이 문제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외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꽤 있으시더군요.
이치죠씨를 보고도 전 '노나카 아이하면 역시 중·고등학생의 톡톡튀는 느낌이지.'라는 생각을 쭉 해왔으니까요.
현
재 방영중인 전파녀와 청춘남에서도 토와메메가 전혀 중년여성같지 않은 캐릭터라는 것은 작품내에서의 설명에서도 충분히 봤기 때문에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노나카 아이가 연기했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안 받은 것은 아닙니다. 이번역활이 노나카 아이의
성우생활에 있어서 어느정도 반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은 느낌도 약간 들 정도네요.
전체적으로 노나카 아이씨는 많이 목소리에 변화를 주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 연기력은?'이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도 농담으로도 좋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어요.
'
그렇다면 뭐야?'라고 하실 것 같은데.. 노나카 아이씨는 매 역활마다 자신이 가진 캐릭터의 느낌을 목소리로 잘 만들어내는 분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연기력이라는 단어로도, 목소리의 다양성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성우에게 가장 중요한 '그
무언가'가 가끔씩 폭발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래서 '아.. 역시 프로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끝으로 추가로 언급할만한 성우는 히라노 아야를 들 수 있겠네요.
가
끔 히라노 아야의 연기력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시는 분이 계시곤 하는데.. 전 사와시로 미유키에 딱히 밀리지 않을 연기력을 가진
성우로 평가합니다. 이런소리 한다고 '사와시로 미유키에 비교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라고 부르짖는 분이 분명
계실 것 같은데.. 히라노 아야의 행실은 일단 재껴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히라노 아야의 연기를 따질때 예로 들만한 작품은 키디 그레이드와 20면상의 딸정도가 있겠네요.
히라노 아야의 경우 목소리가 이미 키디 그레이드의 류미엘을 맡을때 충분히 성숙해 있었습니다. 딱히 이제와서 시간이 지났다고해서 목소리의 톤에 변화가 있냐고 한다면 그런것도 아니니 그것 가지고 따질 필요는 없겠죠.
저 나이에 저정도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히라노 아야의 감수성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등이 얼마나 뛰어난 지 잘 알 수 있는 표본이 됩니다.
20
면상의 딸의 경우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로 아주 판이 박혀버린 히라노 아야가 했기에 저도 선입관을 꽤나 가지고 봤었는데, 결론은
수준급의 연기였습니다. 차분한 연기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는 딴판이었고, 저에게 히라노 아야라는 성우에 대한 다른 감정을
갖게 해주었죠.
그렇지만 그런 히라노 아야에 대한 느낌도 반대로 흘러갈때가 꽤나 많았는데, 바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역'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색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히트를 치고 난 이후 2006년에서
2008년사이에 걸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전체적으로 악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행보를 걷습니다. 이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 크레멘테님의 '히라사와 유이에 미즈키 나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일이었죠. 제가 아무리 연기력을
좋게 본 히라노 아야라도 저런식으로 나오면 보는 사람이 괴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우의 일이
어떻게 구해지는지 자세한 구조를 알게 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그 답에서는 히라노 아야보다는 소속사의 책임이 훨씬 크지만,
어울리지 않는 역활을 거부하지 않은 히라노 아야에게도 어느정도 책임은 있죠. 무조건 피해자라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 히라사와 유이는 히라노 아야나 미즈키 나나가 아니라 제가 존경하는 미츠이시 코토노 누님이 한다고 해도 싫어할껍니다. 역시 토요사키 아키가 제일 잘 어울려요.
뭔가 보따리를 꺼내놓을 만한 계기가 생겨서 일단 풀어서 붓기는 했는데.. 붓기만 하고 제대로 정리를 안한 느낌이 많이 드네요..[...]
그냥 잡식이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맛만 보고 던지셔도 무방합니다.
아 그리고 절대 크레멘테님에 대한 악의가 있어서 쓰는 글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 해본 것 뿐이에요.
얼
마전부터 뭔 글만 쓰면 앞뒤 안가리고 버럭버럭 달려드는 분들한테 괴로운 기억을 꽤나 당해서 이런식으로 뒤에 붙여놓게 되는데,
글쓰면서도 참 이런식으로 괴롭게 쓰면 안 쓰는 것이 아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뭐 어찌되었든 '요상한 글 써재껴놨네..?'하는 식으로 적당히 읽어주세요.
이런 내용의 이야기에 대해서 잘 알려면, 감독, 각본가, 음향감독등이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거나, 오디션에서 왜 해당성우를 골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냥 애니를 보던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난해할 수도 있거든요. 스탭들은 스토리에서의 해당캐릭터의 비중이나 변화, 인관관계, 특징등을 따져서 성우를 선별합니다.